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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 Books

#5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by 소봉봉 2021.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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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선씨의 가계도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심시선 자손들의 에피소드 식 이야기로 진행된다.

 

 

한여자로부터 나온 자손들의 이야기다.

엄마를 기억하며, 그녀의 영향력을 받은 자녀들의 이야기

심시선씨는 모성애가 짙기보다 개방적이고 열린 사고를 가진 여성이다.

 

시선은 예술가로 나이든 할머니로서 제사의식을 거부하는 깨어있는 이시대의 어른이다.

자녀들 역시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는데, 의견이 강한 첫째가 십년만에 한 번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냈으면 한다는 제안을 한다.

기일 전까지 각자 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기일 저녁 8시까지 자신만의 엄마 추억이 서린 물건 같은 걸 찾아 

제사일에 올리자고 말한다.  커피나 무지개 사진 등 다양한 물건들이 올라오는게 새롭다.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다른 이의 눈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심시선이라는 인물을 의미한다.

 

책에 인용되는 책과 인터뷰는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정말로 찾아보게 되기도 하는데,

챕터의 서두마다 돌아가신 '심시선' 인물의 일화나 인터뷰가 담기는데

시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하나씩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서두에 실린 전체적인 가계도에 인물의 특징과 나이가 나왔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이 13명 정도가 등장하는 소설에는 나는 주인공을 자주 잊기 때문에.

 

이번주 독서모임에 나갔더니 2명이나 이 책을 알고 있었다.

굉장히 핫한 책임에 분명한다데, 화수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갈렸다.

 

이야기에 집중하다가 몇 가지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이 있었다.

일단 책의 문장 수집부터.

 

23p

원래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은 우윤이 아팠던 시기와 겹쳤다. (중략) 난정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저잉 찾는 자기보호법이었다.(중략)죽을뻔했다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가락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게 없었다.

 

280p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날은 바람 한 줄기만 불어도 태어나길 잘했다 싶고, 어떤 날은 묵은 괴로움 때문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싶습니다. 그러나 인간만이 그런 고민을 하겠지요. 철쭉은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을 겁니다. 오로지 빛에만 집중하는 상태에 있지 않을까.

 

296p

"왜 그런걸로 울었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거야, 그사람이 죽고 없어도.

(중략) 부모가 우는 걸 보는 것은 정말로 무섭지. 어른들이 유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로 무서워..

 

300p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게 화수였다. 균형 감각이 좋았다. 온화하면서 단호한 성격, 과거를 돌아보되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계획하되 틀어져도 유연한 태도, 살면서 만나는 누구와도 알맞은 거리감을 유지하는 판단력, 일과 삶에 에너지를 배분하는 감각... 

 

315p

 시선과 관련된 '한번은'시리즈는 각자 몇 개씩 가지고 있어서 게임처럼 밤새 되풀이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에 대한 일화를 함께 나누던 우리 가족이 생각나는 부분.

 

 

 

현실을 잊기위해 책을 택한 난정의 삶에 아주 작게도 누군가의 모습이 보인다.

무언가에 대한 도피처로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책에서 빠져나올 때면

다시 나로 돌아온다. 그 느낌, 상실의 기억들. 깊이 남아있는 상처들.

다른이에게는 그저 그렇게 넘기는 문장이지만 그 방식이 비슷해보였다.

 

화수가 지금 겪고있는 힘듦과 대비되어 얼마나 괜찮은 인물이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청업체 사장의 염산테러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생각할 내용이 많았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이 한 곳에 머물게 되었다.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것일까.

내 관점대로 책을 해석하게 된다.

독서모임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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